Quartet of Photography
2007.6.21 – 2007.7.21
101-5 Cheongdamdong, Gangnamgu, Seoul
Exhibition Date : 2007.6.21 – 2007.7.21
Artists : 박형근, 조병왕, Candida Hofer
사진이라는 한 테두리에서 ‘피사체와의 관계성’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여 표현해낸 네 명의 작가들의 작품으로 사중주의 선율을 감상 할 수 있는 전시로 기획 되었습니다.
박형근
사진가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의 이국적인 풍경과 전통미의 조화는 동양적 혹은 한국적인 자연관보다는 서구적인 관점에서 본질/외관, 실재/허상, 인간/자연이라는 이분법적인 가치체계를 거부한다는 사실이다. 자연을 어떤 가공의 대상으로 인식했던 서양의 보편적인 개념과는 달리, 우리에게 자연은 그 자체로 ‘응시’의 대상이며 삶의 지침으로 섬겨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 서양을 막론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공통된 인식은 인간이 자연적 실존의 토대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며,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필연적으로 자연과 결합되는 순간 치유적인 기능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박형근의 작업 과정은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끝없이 부드럽게 만들고, 감추어 주고, 치유해 주는 자연”이라는 구절처럼, 주체와 객체의 융합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대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가시화/비가시화, 현존/부재의 미학은 인간의 삶으로 가득 찬 자연풍경과 그 자신의 개인적인 삶에 관여한다.
박형근의 최근작“Untitled & Tenseless”(2003-2006)시리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의 근교에 위치한 공원과 숲에서 촬영된 사진이미지들이다. 이 이미지들은 작가의 시선과 표현에 의해서 재구성되어진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는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사진의 정교한 기계적 현실 묘사력과 강조되어진 컬러에 의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감상자들의 내적 환상을 부추기며 동시에 화려한 아름다운 칼라의 풍경사진은 관객이 이에 빠져들어 그 이미지 속 이야기를 상상한다. 작가는 사진 작업에서 작가의 물리적 개입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판타지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즉, 현란하고 아름다운 색상들 사이로 그의 사진 속 세계는 ‘실제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상상하는 한 순간을 보여준다.
그에게 자연은 곧 산수이며, 특히 산은 곧 우리의 정신이요 생명원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자연’이라는 우리식의 보편적인 고정관념은 더 이상 무의미했을 것이다. 오히려 작가는 이 새로운 낮설음에 길들여지기 위해 식물학적, 기상적, 지형학적으로 불완전한 시뮬라크르적 세계를 연구하고 조작하여 풍경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른 잔디처럼 우리에겐 낮설고 비현실적인 자연에서, 작가는 풍부한 색과 빈틈없이 정교한 세부들의 표현을 통해 라파엘전파의 풍경화에 대한 동경을 사진적 이미지로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박형근의 사진세계는 자연을 해석하고 관여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다시 말하면, 늘 수정되거나 혹은 이상화된 자연을 고집하는 신비주의적 자연관은 러스킨식의 자연주의자의 눈과 냉철한 두뇌 그리고 시인의 영혼에 의해 자연의 실제와 구분되는 실재를 재현한다.
박형근의 사진작업은 그 자신의 고백처럼, 전통적인 재현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코드들이 개인적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눈으로 듣는 법을 배워라”는 말처럼, 그가 창조한 사진 이미지들은 자신의 내부를 향한 사고의 전향을 의미한다.
조병왕
사진적 평면화에 대한 비평적 관점
2000년부터 시작된 <기하학적 칼 드로잉> 연작은 캔버스에 사이언, 마젠트, 옐로우 등의 형광안료로 그림을 그린 뒤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다시 컬러 인화한 것 위에 칼로 선을 그어 완성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분석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회화, 사진, 입체의 작업방식이 모두 순서대로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평면화의 과정이 가장 핵심적인 것이다.최종적인 작품은 표면이 칼로 패인 사진작품이다. 즉 조각적 과정이 개입되어 있긴 하지만 사진작품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칼로 선을 긋는 행위가 가지는 의미다. 대체로 <기하학적 칼 드로잉>은 두 가지의 결과로 이어지는데, 하나는 칼로 그은 선들이 일정한 이미지 -산수화나 추상적 형태들-를 재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면 전체를 고르게 선으로 뒤덮어 버리는 경우다. 작가는 세 개의 레이어 -사진유제가 발려져 있는 바닥층과 사진유제로이루어진 컬러 색 층, 그리고 그것을 뒤덮고 있는 코팅막- 로 이루어져 있는 사진의 표면 위를 칼로 그음으로써 사진의 이미지가 재현하는 입체적 환영을 지워나간다. 즉 3차원 입체의 2차원적 번역인 사진을 다시 입체적 조각을 통해 평면화하는 것이다. 칼 선에 의해 완벽히 뒤덮인 화면은 마치 솔 르윗이나 아그네스 마틴의 회화처럼 완벽하게 평면적인 화면의 개념적 등가물처럼 보인다.
비평적인 관점에서 보아 조병왕의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사진적 평면화에 대한 비평적 관점이다.그러나 단순히 비평적인 등가물을 생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매우 흥미로운 창작적 프로세스를 제시하는 것으로도 타당하게 볼 수 있다.그가 자신을 둘러싼 대상들을 사진적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은 이후에도 무궁무진한 변주를 통해 풍부한 형태들로 분기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즉‘세계의 평면화’가 지니는 의미 속에서 이미지들 각각이 개념적으로도전적일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런 ‘예시’로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칼 긋기 드로잉>에서 작가의 행위적, 신체적 개입이 사진의 평면성을 다시 평면화 하는 방식은 매우 예외적이면서도 탁월한 방식이라는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박형근의 최근작“Untitled & Tenseless”(2003-2006)시리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의 근교에 위치한 공원과 숲에서 촬영된 사진이미지들이다. 이 이미지들은 작가의 시선과 표현에 의해서 재구성되어진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진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는 현실보다 더 사실적인 (사진의 정교한 기계적 현실 묘사력과 강조되어진 컬러에 의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감상자들의 내적 환상을 부추기며 동시에 화려한 아름다운 칼라의 풍경사진은 관객이 이에 빠져들어 그 이미지 속 이야기를 상상한다. 작가는 사진 작업에서 작가의 물리적 개입은 무엇이 실제이고 무엇이 판타지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즉, 현란하고 아름다운 색상들 사이로 그의 사진 속 세계는 ‘실제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상상하는 한 순간을 보여준다.
그에게 자연은 곧 산수이며, 특히 산은 곧 우리의 정신이요 생명원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자연’이라는 우리식의 보편적인 고정관념은 더 이상 무의미했을 것이다. 오히려 작가는 이 새로운 낮설음에 길들여지기 위해 식물학적, 기상적, 지형학적으로 불완전한 시뮬라크르적 세계를 연구하고 조작하여 풍경을 변형시키는 방법을 선택한다. 겨울에도 변함없이 푸른 잔디처럼 우리에겐 낮설고 비현실적인 자연에서, 작가는 풍부한 색과 빈틈없이 정교한 세부들의 표현을 통해 라파엘전파의 풍경화에 대한 동경을 사진적 이미지로 재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박형근의 사진세계는 자연을 해석하고 관여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다시 말하면, 늘 수정되거나 혹은 이상화된 자연을 고집하는 신비주의적 자연관은 러스킨식의 자연주의자의 눈과 냉철한 두뇌 그리고 시인의 영혼에 의해 자연의 실제와 구분되는 실재를 재현한다.
박형근의 사진작업은 그 자신의 고백처럼, 전통적인 재현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의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코드들이 개인적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눈으로 듣는 법을 배워라”는 말처럼, 그가 창조한 사진 이미지들은 자신의 내부를 향한 사고의 전향을 의미한다.
– 유 진 상 (미술비평/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 국제갤러리 사외이사)
Candida Hofer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주로 삶의 한 순간이나 찰나적인 아름다움, 혹은 짧은 순간의 체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달리 독일 출신의 작가 칸디다 회퍼의 작품들은 시간의 영속성과 공간의 광활함을 탐험하며, 과거를 환기시키면서 동시에 현재의 주변 상황을 아우른다. 궁궐과 같은 커다란 방이나 화려한 공공 도서관을 담은 그녀의 사진들은 우리에게 광범위하고 통합적인 문화유산을 보여준다.
칸디다 회퍼는 최근 몇 년 동안 공공소유의 건물 및 시설물, 즉 “공적인 공간”의 내부를 사진으로 담는 작업을 해왔다. 이러한 주제에 접근하는 작가의 방식은 순수하게 기록적이기보다는 미학적이고 찬미적이다. 그녀의 사진들은 엄숙하고 경건한 태도에 어울리는 전형적인 정면 구도나 대각선 구도를 취하며 이를 통해 우리의 시선과 방문을 환영하는 개방된 공간, 공공 활동의 영역에 있는 장소에 대한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공간과 사물들에 부여된 공공의 문화유산이라는 개념은 물질세계를 대할 때 우리가 취하는 소유 중심의 태도와 대조적으로 우리를 단순한 보관인의 위치로 축소시킨다. 문화 전승의 커다란 굴레에서 우리는 하나의 작은 연결고리에 불과하다. 이 사실에 대한 자각을 통해 우리는 일시적으로 버려진 듯한, 인간이 부재한 칸디다 회퍼의 공적인 공간들을 감상하면서 종속적인 참여를 하게 된다.
회퍼의 사진들은 하나하나가 유일하고 독자적이며 어떤 유형을 창출하고자 하지 않는다. 이들은 특정한 목록의 일부가 아니며 어떤 엄격한 규칙이나 미리 결정된 특정한 묘사방식을 따르지도 않는다. 건물 내부 사진들이 지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질서이며 이는 축적과 분류학에 대한 작가의 깊은 관심을 의미심장하게 보여준다.